올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 시공권이 대우건설 컨소시엄인 에코사업단에게 돌아갔다. 2009년 말 조합 설립 이후 3년 말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6일 고덕주공 2단지 조합총회에서 81.3%의 찬성률을 받아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사업비만 1조2000억원이 예상되는 이 곳은 오는 2016년 지상 35층 46개동 4103가구의 대단지로 변신한다.

이번 시공사 선정 소식에 단연 주목을 받는 것은 사업방식이다.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조합과 시공사가 서로 윈윈(Win-Win)하거나 그 반대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덕주공2단지는 기존에 고수하던 '확정 지분제'에서 '공사내역 확정 도급제'로 변경했다. 입찰 조건으로 내걸었던 높은 무상지분율과 대물변제조건(미분양 발생시 현금 대신에 미분양 아파트로 공사비를 지불하는 것)으로 두 차례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시공사 모시이게 실패한 조합원이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전환하는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세 차례 유찰됐던 전북우아주공1단지와 서울 반포동의 신반포1차 아파트가 그러하다. 이들 아파트는 확정지분제로 시공사 선정에 계속 실패하다 결국 도급제로 전환했다.

확정된 공사내역으로 양측 충돌 줄여


공사내역 확정도급제로 전환하는 경우는 아직 국내에 사례가 드문 편이다. 이 방식은 일반 도급제와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공사내역 확정도급제는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조합이 제시하는 기본적인 공사내역과 사업조건을 두루 충족시키고 조합의 예상 공사비에 맞춘 가격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이 원하는 모든 내역을 확정하고 이를 시공사에게 공개해 입찰을 받는 것이다.

공사내역은 전용면적·층·동·방향 등 기본적인 조건부터 단지 내 조경·친환경 인증·인터넷 속도· 실내 조명 등 많은 조건들이 포함돼 다소 까다로운 편이다.

시공사 선정에 두 차례나 유찰당한 고덕주공2단지가 올해 확정 도급제로 전환한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시공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입찰에 앞서 조합이 제시한 공사 예정가는 3.3㎡당 395만7838원. 이 범위에 최고급 조경시설·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조합은 사업방식 변경으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 분위기다. 고덕주공2단지 조합위원회 관계자는 "도급제로 전환해 수주를 꺼리는 시공사를 잡는 일이 우선"이라며 "공사내역 확정도급제로 향후 시공사의 건축자제질 논란이나 추가 비용금 전담 문제는 미리 해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내역 및 비용내역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양측간 충돌 문제는 없다는 말이다.

이에 대우건설의 관계자는 "조합원이 제시한 공사비용에 맞추는 일이 까다로웠지만, 분양이 성공적으로 되면 조합·시공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정비사업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임을 앞세워 테마정원· 구조변경이 가능한 무량판 구조 등을 적용한 명품 아파트를 짓겠다는 사업안을 제시해 조합으로 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관계자는 이어 "시공사도 제시한 최소의 이익 기준을 보장받아 원활하게 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내역 확정도급제가 잘 될 수만 없다는 견해도 있다. 경기 불황에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피하는 시공사를 확정 도급제 방식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했지만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미분양의 몫은 결국 조합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고덕주공2단지 조합위원회 관계자는 "미분양은 조합이 100% 책임을 떠안고 있기 때문에, 시공사의 원활한 사업진행과 성공적인 분양이 결국 해결책"이라고 말했다.